K.SON+IMAGE

《거울 없는 방》, SeMA벙커 역사갤러리, 2018.5.3.-7.1.

전시개요

SeMA 벙커 역사갤러리는 SeMA 벙커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구축하는 공간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 곳의 역사를 떠올리거나 되짚어볼 수 있도록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는 동시에, 새롭게 SeMA 벙커를 대상으로 한 아카이브 프로젝트 영상을 기획하여 선보인다.

본 프로젝트를 통해 이 공간을 지속적인 상상과 생산의 장소로 전환해 나가고, 단순한 기록보관소의 의미가 아닌 미래에 전념함으로써 도래할 사유를 제공해주는 아카이브적 의미로 채워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거울 없는 방>은 2005년에 발견된 벙커의 ‘기록 없음’과 그로 인해 발생한 무수한 ‘추정’에 주목한다. 목적성이 사라진 벙커를 기억상실증에 걸린 가상의 무고한 정치범으로 의인화하여 벙커에 다른 어떤 것이 존재하리라고 믿거나 다른 것이 있다고 믿는 척 하며 벙커를 해석하는 우리의 접근 방식 자체에 질문을 던진다.

벙커를 감금한 기관은 벙커가 실리적인 목적 없이 그 자체만을 위해 존재 해야 하는 상황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벙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지도 모를, 무의미한 기록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기억 속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공백의 역사를 그럴듯하게 채워내기를 강요한다. 손광주는 70년대 아카이브 영상(대한뉴스)과 고전영화의 이미지 그리고 소리를 이용해 일상적인 의미가 사라져 낯설고 공허한 공간인 벙커가 창조해낸 기억을 묘사한다. 그것은 의지를 빼앗긴 삶, 폭력적인 시대에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나야 했던 작가의 유년 기억과도 연결된다. <거울 없는 방>은 사회적으로 승인된 사고 방식과 생활방식에 따라 살면서 독자적인 존재와 깊이를 갖지 못하는 우리들의 불안을 첨예하게 드러내며 색다른 시사점을 선사할 것이다.

* 출처: 서울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