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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아이야

2025, 실험, 4K/HD, 컬러, 사운드, 7분

시놉시스

〈울지 마, 아이야〉는 스코틀랜드 글렌피딕 증류소의 풍경을 바탕으로, 세상의 억압과 폭거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는 모든 존재에게 보내는 고요한 연대의 언어이다. ’속도’와는 정반대의 언어로 움직이는 글렌피딕의 풍경은 침묵 속에서 응축되는 시간과 감각을 드러내며, “다시 쓸 수 있는 시간의 문법”이자 시간의 연속성과 파편성, 기억과 비역사화에 대한 예술적 고고학으로 작동한다.

작업의 출발점은 2024년 말 한국 사회를 뒤흔든 계엄령과 글렌피딕에서 알게 된 케냐 출신 작가 알란 “티샤” 키오코 Allan “Tisya” Kioko와의 아주 짧은 만남이다. 그를 통해 나는 소위 ‘큰 뉴스’들에 묻혀 있던 케냐의 반정부 시위에 대해 알게 되고 케냐의 정치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는 젊은 세대(Gen-Z)의 움직임과 그 움직임의 감정적 결—불안과 희망,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어렴풋이 감지하게 된다. 〈울지 마, 아이야〉는 그렇게 접힌 시공의 주름 속에서 멀리 떨어진 사건들이 서로를 반사하는 방식에 대한 시청각적 응답이자 침묵 속의 연대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업이다.

<울지 마, 아이야>는 올해 타계한 케냐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 Ngũgĩ wa Thiong’o의 『울지 마 아이야 Weep Not, Child』에 인용된 월트 휘트먼 Walt Whitman의 시 「밤의 해변에서 On the Beach at Night」를 스와힐리어로 재인용한다. 이 다층적 인용은 단순한 경의가 아니라 시공을 넘나드는 기억의 연대이며, 식민 이후의 세계가 공유하는 상흔과 저항, 복원의 감각을 병치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휘트먼이 하늘의 별에서 불멸성을 보았다면, <울지 마, 아이야>는 증류소의 발효처럼 소리치지 않고, 위협하지 않으며, 땅의 별들—오래된 벽, 질감, 침묵의 흔적—속에서 지속의 힘을 찾는다. 이는 존엄을 지키는 침묵의 연대이자, 느린 저항의 예술적 선언이며, 목소리를 잃은 자들이 말 없이도 서로를 알아보는 방식이 된다.

전시 및 상영

2025 단체전 Artists at Glenfiddich, Glenfiddich Gallery, Scotland,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