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레지던시는 늘 유목적인 장소이다. 잠시 새로운 풍경을 익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장소와 공간을 작업으로 해석/기록하며 떠난다. 창작촌의 공간은 실제 작업을 생성시키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창조적 의식을 생성시키는 공간이기도 해 잠재된 전략의 창고이다. 또 레지던시 공간은 새로운 예술적 접속을 가능하게 한다. 어떤 장소와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작업은 새롭게 접속되고 확장되기 때문이다. 예술가에게 어떤 비상한 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곳 혹은 초감각적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유일한 곳도 예술가의 창작공간이다.
모태인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쌓아온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은 그간 층층이 쌓아온 현장성과 작가 기록을 위시하며 예술 창작에 대한 더 친밀하고 섬세한 의미들을 부여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로 하여 예술가들의 공간 앓이를 촉발하는 양질의 환경 제공은 본래의 창작 기량에만 전념하게 하는 것으로서 늘 진력하고 있다. 작가들과 작업에 대해 나눈 특이성으로 가득한 대화들은 다시 전시로 이어지고, 이 전시들은 작가들의 또 다른 작품의 출구로 안내하듯 변용과 변태를 마다하지 않는 예술 공간의 결과로 보여 창작촌의 장소성은 상승된다. 이렇게 창작공간은 예술가 개인의 사적이며 실험적 공간을 넘어 사회적 이슈를 초감각으로 재현하는 담론의 공간이다. 또 견고한 중심의 벽과 경계에 틈을 가하며 폭발적인 감각이 확장으로 연쇄되는 비자발적 분열의 공간이기도 하다. 늘 예술적 분열은 그 특이성의 공간에서 확장하고 가능하듯 말이다.
후기주의자 들뢰즈에 의하면 자발적 능력은 ‘우리가 사물 속에 집어넣은 것만 사물로부터 끄집어내는 능력’으로 이때 발견되는 것은 발견하고자 의도했던 것뿐이며, 그것은 이미 알고 있던 것이어서 새로울 것이 없다. 이에 대해 비자발적 능력은 아무것도 보지도 지각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자처럼 사소하게 던져진 기호를 유일한 단서로 삼아 온몸을 던져 해독하는 자, 스파이, 미친 사람, 질투에 빠진 연인이 지니는 초감각적 능력이다. 늘 이 비자발적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잠재성의 공간/ 레지던시에서의 결과들을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한다.